여전히 생생하게 진행 중인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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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생생하게 진행 중인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 후...
  • 김지훈
  • 승인 2020.03.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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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9년째 되는 날이다. 그날 사고로 인한 영향이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진행 중이지만, 정작 원자력발전소를 가장 많이 안고 살아가야 될 숙명에 있는 울진군(가동 중 6기, 건설 중 2기)은 너무 조용하다.

이렇게 조용한 것이 한울원자력발전소 운영에 대한 신뢰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는 체념의 심정으로 둔감해 버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원전으로 발생된 경제적 파생 효과에 길들여 버린 것인지... 이 모든 것이 우리들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 수도 있겠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영향과 폐기물 처리 문제 등 관련 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원전의 가동 운전과 관련해 지루하고 같은 일의 반복이더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전 가동의 운영 기술이 향상된 것 사실이다. 계획예방정비 기간도 충분히 늘어나면서 주요설비와 기기에 대한 점검을 좀 더 세세하고 면밀히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최근 한울원전의 사건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인적오류 등으로 인한 사고, 고장이 확연히 줄어든 것 사실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한울원전 6개 호기의 사고. 고장 발생 현황(킨스 홈페이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한울원전 6개 호기의 사고. 고장 발생 현황(킨스 홈페이지)

원자력발전소의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이하 킨스)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경우 한울원전은 3월 8일 발생한 ‘한울6호기 계획예방정비 중 원자로건물 작업자 안전사고 발생’ 이외에는 6개 호기에서 사고, 고장이 없었다.

킨스는 사고·고장 목록은 시설, 발생일자, 사건제목, 고장계통 및 고장원인으로 분류하여, 고장계통은 발생위치에 따라 1차 계통 또는 2차 계통으로 분류되고, 고장원인은 발생원인에 따라 인적, 기계, 전기 및 계측, 외부, 기타 등 6가지로 나뉜다.

참고로 ‘사고’란 인체에 대한 방사선장해, 시설에 중대한 손상 또는 환경에 방사선 피해를 유발하는 것으로서, 위원회 고시 및 IAEA 등급평가 매뉴얼에 따른 등급 4이상의 사건이고, ‘고장’이란 인체에 대한 방사선장해, 시설에 중대한 손상 또는 환경에 방사선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서, 위원회 고시 및 IAEA 등급평가 매뉴얼에 따른 등급 3이하의 사건을 지칭한다.

또한 킨스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외부사건으로 인해 시작되었고, 사고 전개 과정에서 외부사건의 영향을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에 큰 재해로 확대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며, 주요 시사점으로 ▷외부사건 설계기준 강화 ▷비상전원계통 신뢰성 및 냉각계통 성능 개선 ▷격납시설 성능강화 및 수소제어계통 개선 ▷ 사용후연료 관리 및 노심 감시계통 강화 ▷비상대체수단 적기 제공 ▷다수호기 원전사고를 가정한 비상 대응능력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원전에 대해 후속 조치에 따른 안전 기준을 강화해 점검하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원전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연차적으로 위의 조치들을 수행하고 있으며, 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3월 10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산 식품에서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 단체가 일본 후생노동성의 자료를 분석,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정부가 검사한 37만6696건의 농수축산 식품 중 6496건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 분류별 세슘 검출률은 야생육이 44.3%, 농수산물 17.4%, 수산물 7.4%, 가공식품 5.0%이었다. (2018년 일본 정부의 검사에서는 야생육 44.6%, 농산물 18.1%, 수산물 7.0%, 가공식품 2.5%에서 세슘이 검출됐었다.)

특히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 현 수산물의 경우 7.9%에서 세슘이 검출돼 나머지 지역 검출률(0.4%)의 약 20배였고, 농산물의 세슘 검출률도 19.3%로 나머지 지역의 2.2배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후쿠시마와 주변 자연환경의 방사능 오염이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하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 처리해) 해양에 방출하는 계획마저 강행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을 돌이킬 수 없게 가중하는 위험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심각한 사회적 이슈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한울원전의 사용후 핵연료는 1,2호기가 호기당 157다발로 연간 교체는 약 45다발(무게는 670~680kg)이고, 3~6호기까지는 호기당 177다발로 연간교체는 약 48다발(무게 약60kg)로 호기마다 사용후핵연료저장조(임시 저장)에 조밀랙으로 관리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에서 현재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1만7000t에 달하며, 원전 부재 내 임시저장시설에서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10만년 이상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사회적 공론을 통해 진행예정이지만 뚜렷한 해답은 없고,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기도 했다.

더욱이 세계적으로도 완공된 영구처분시설이 아직 없다. 이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만 제대로 된 시설 건설도 가능하다는 지적이지만, 말처럼 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원전은 인간의 편리와 욕심으로 만들어졌지만, 사고발생 시 인간이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여러 대형 사고가 증명해줬다.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노벨상 수십명 배출)가 전세계 원전 가동시간과 노심 용융사고 건수로 계산할 때, 앞으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0~20년에 한 번 꼴로 과거 전망치에 비해 200배나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원자력발전소가 오늘도 내일도 안녕하고 무탈하기를, 그리고 원전 운영의 최일선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많은 이들이 가족과 지역 사회, 나아가 국가와 전 세계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음을 상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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